2017년 가을 즈음에 반영구 눈썹문신을 했드랬다. 원래 눈썹이 숱이 없는 편은 아니다. 다만 눈썹산 이후로 가로 길이가 짧아서 펜슬로 좀 연장해줘야 하는 정도. 하지만 당시 현장 근무로 아침 7시 출근에 거의 매일 야근이 있어서 그 잠깐의 눈썹 화장도 버거웠던 터라(종종 짝짝이로 그려지면 빡치잖아) #반영구눈썹 문신을 감행했다.
예~전에 어머님들이 하던 반영구는 시간이 지나면 푸르딩딩하게 흉한 흔적이 남았다. 그 잔흔은 없어지지 않으며 꼭 지우려면 출산의 고통에 맞먹는 통증의 레이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그 전엔 반영구는 생각도 안했는데, 이제는 기술이 좋아져서 잔흔이 남지 않고 시간 지나면 다 빠진다는 말을 믿었다. 나름 동네에서 후기가 좋은 샵을 찾아갔고, 시술 당시엔 만족했다. 나는 눈썹 근육을 짝짝이로 쓰는 편인데 시술자가 그 부분을 고려해서 시간을 들여서 세심하게 디자인 했고, 밝은 머리색과 맞추어 눈썹컬러도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엠보기법 으로 완성된 반영구눈썹은 퍽 자연스러워서, 라인 밖으로 나간 눈썹 정도만 눈썹칼로 밀어주면 되니 편했다.
벗,
1년이 지난 후
반영구 문신 색깔이 점점 빠지면서
눈썹 아래 피부에 붉은 잔흔이 드러났다.
민낯으로 생활하는 나에게 눈썹이 컴플렉스가 되어버렸다. 파운데이션으로 찍어서 눌러두면 크게 거슬리지 않아서 한동안 외출할 때는 그렇게 다니면서 방법을 찾아봤는데, 인터넷 상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검색결과는 #중화 와 #커버업 이다. 하지만 미심쩍었다. 이미 피부 아래에 착색이 되었는데 과연 이 방법들로 해결이 될까? 결론은 No.
널리고 널린 뷰티샵들의 광고글 말고, 반영구 문신 강사들의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봤다.
요약
- 중화로 잔흔이 없어지지 않는다. 위를 덮어줄 뿐이고 색깔이 빠지면 또 잔흔이 드러난다.
- 잔흔이 얼룩덜룩하게 남거나 눈썹 라인을 벗어나 퍼진 경우, 애초에 짝짝이로 디자인된 경우에는 커버업으로도 교정불가
- 피시술자의 피부특성, 시술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잔흔은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다. (즉, 아무리 잘 한다는 사람을 찾아가도 복불복)
게다가 눈썹도 유행이 있지. 예전에 동안으로 보인다고 굵은 일자눈썹 유행할 때 반영구 그렇게 하신 분들, 지금 대부분 바보 같아 보인다고 후회한다. 운이 좋아서 색소가 깨끗하게 빠지면 다행이지만, 굵게 잔흔 당첨될 경우 이건 교정 안 된다는 거. 결국 중화와 커버업은 답이 아니며 시술을 반복하며 얼룩덜룩하게 잔흔이 남을 리스크도 있다.
왜 하필 빨간 잔흔이 남았을까? 모발색이 밝은 경우 문신에 갈색을 내기 위해 붉은 색소비율을 높이는데, 시술 깊이가 깊었거나 혹은 개개인 피부 특성에 따라 이 붉은 색소가 진피층에 남고 나머지는 빠져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회색이나 푸른색 색소만 남는 경우도 있다. 피치 못하게 기존 자기 눈썹이 너무 빈약해서 평생 리터치를 반복하며 반영구 눈썹을 유지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런 복불복을 감당하면서까지 반영구를 해야할까. 말리고 싶구먼..
문신 제거 카페에 가입해서 좀 찾아보니 #피코레이저 라는 것이 제일 덜 아프고 효과 좋은 최신 레이저란다. 피코레이저로 온라인상 유명한 피부과는 부천과 도곡에 있는데, 나는 두 곳다 접근성이 좀 안 좋은 관계로 잠실에 있는 모 피부과로 선택했다.
레이저 맞기 전 상태이다. 눈썹 앞머리 쪽에 붉은 잔흔이 보인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부위가 넓고 티가 많이 난다. 불타는 눈썹.....
피부과에서 마취 크림을 바르고 30분 가량 대기했다. 크림 바르기 전에 피부과 전문의 남자 선생님이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이전에 문신 제거 레이저 했던 경험이 있는지, 반영구하고 얼마나 지났는지 등을 물어보신다. 레이저를 맞는다고 해서 색소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는 않는다. 피코레이저를 조사하면 색소 입자가 잘게 파괴되는데, 이 파괴된 색소는 화학반응에 의해 일시적으로 더 검게 진해질 수 있으며, 대식세포가 쪼개진 색소를 잡아 먹어 잔흔이 줄어드는 데 약 4주 정도가 걸린다. 4주 간격으로 3회 시술하고, 혹시나 잔흔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추가 시술을 고려한다.
그리고 선생님 ㅋㅋ 따끔해요~ 따위로 날 기만하지 않는 분이셨다. 묻지 않았는데 "이게 좀 아파요... 근데 빨리 끝나요" 라고 ㅋㅋㅋㅋㅋㅋ
30분 후 마취크림을 닦고 드디어 시술침대에 누웠는데, 문신 제거 레이저 진짜 아픔. 이게 별로 안 아팠다는 사람은 통각세포가 사멸된 것이 분명하다. 내가 어떤 느낌인지 진짜 잘 알려줄 수 있다. 수지침 사혈기있지? 손 따는 데 쓰는 볼펜 같이 생긴 그거. 그거를 눈썹에다가 다다다다다다닥 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른쪽 눈썹에 60번, 왼쪽 눈썹에 80번 정도..... 절로 몸이 꼬이고 주먹이 쥐어진다. 더 이상 못 참는다 포기선언을 하고 싶을 때쯤 끝난다. 실제로 시간은 한 쪽당 20초쯤 걸릴까? 그런데 진짜 아프다. 나 엄살 없는 편인데.
시술 후엔 연고를 발라주고 끝. 별도로 항생제 등 처방은 없다. 신경 쓰이면 집에서 후시딘을 살짝 발라주면 된다고 한다. 하루 뒤부터 화장도 가능하고 붉은 기가 빠지는 데는 1주일 정도 걸린다고. 다음 시술은 1달 뒤.
아래는 시술 후 약 2시간 뒤 모습. 눈썹만 부어올랐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얘잖아.....눈썹두덩......
시술 직후엔 정말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 당일에 세수해도 된다고 했는데, 세수할 자신이 없었다.
2회차를 과연 내 발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집에 왔다. 레이저를 낮 12시쯤 받았는데, 저녁이 되니 연고가 거의 흡수되고 붓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용기를 내서 세수를 해보니 의외로 아프지 않다. 눈썹을 만지지만 않으면 물 닿는 것은 통증이 없다. 진물이 나지도 않았고 피멍 외에 상처는 없다. 그러니 항생제가 필요 없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피멍은 더 넓게 번지고 눈썹의 붓기가 눈으로 내려와서 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부담스럽게 부었다 ㅋㅋㅋㅋㅋㅋ절대 외출 불가... 하루 종일 따뜻한 차 많이 마시며 붓기를 뺐다.
그리고 아래가 3일차.
사진상 좌측 눈썹이 피코레이저 80방 가량을 쏜 곳이다. 눈썹이 탔다. 레이저가 색소에 반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사전에 설명 들었다. 후기 보니까 아예 백색으로 탄 분들도 있던데 나는 털 끄트머리가 노래진 정도.
역시나 아침에 눈은 부어있었다. 2일차보다는 덜 했지만 ㅋㅋㅋ 이 눈썹을 하고 외출은 역시나 불가다. 일상생활 가능하다는 분들 무엇.....캡모자를 깊이 눌러써야 집을 나갈 수 있다.
아이라인 제거에 비하면 눈썹은 양반이라던데.
그러니까 얘두라
1. 반영구 눈썹 아이라인 하지 말자
2. 특히 모발컬러 밝은 애들은 하지 말자
3. 돈 주고 문신하고 돈 주고 지우고 그르지 말자
나 낼 요가 어케가냐....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 잘 다녀옴. 보기 좀 안 예쁠 뿐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뒷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잘 하고 왔다.
눈썹 붉은 멍은 급격히 빠져서 5일차가 되자 좀 빨간 정도, 6일차인 오늘부터는 아무렇지 않아 졌다. 선생님 말씀대로 색소가 조금 어둡게 변해서서, 아이브로우카라 바른 것처럼 눈썹이 좀 진해졌다.
다른 후기 보니까 눈썹 진물나고 난리난 분도 계시던데 나는 딱지도 없고 상처 자체가 없다. 근데 왜 살짝 간지러운 건지? 딱지가 없으니 슬쩍 긁어도 착색되거나 할 염려는 없다.
이제 4주간 대식세포가 색소를 냠냠해서 없애줄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