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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보면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을 다닐 땐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 겨우 숨만 붙어 살았으니.

회사를 관두고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워크앤 라이프 밸런스를 다시 잡았고, 이제는 이곳 저곳 요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뭐에 관심이 있나, 무엇이 이슈인가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다.

업계 소식이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보고자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 가입을 했는다. 눈팅족이지만 꾸준히 새 글을 읽다보면 참 재밌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 읽은 (또는 꾸준히 등장하는) 흥미로웠던 글들.

 

1. "OO 근처에 이삭토스트 생기면 어떨 것 같아요?" - 맘카페에 올라온 글

 

우문에 현답이 나올 리가 없다. 이것은 또다른 형태의 답정너가 아닐까. 

동네에 혐오시설도 아니고 이삭토스트가 생긴다는데, 싫어요 라고 말할 이유가 있는가? 일단 있으면 뭐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으니 당연히 남들은 좋다고 하지. 나한테 투자하라는 것도 아니고 자기 돈으로 차린다는데 ㅋㅋ

당연히 그 글에 달린 수 십개의 댓글은 긍정적 의견 투성이고 단 하나의 댓글이 잘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은 동네에서 음식장사를 하시는 분. 월세와 객단가를 생각했을 때 하루 몇 개를 팔아야 되는지 계산해보면 그 상권에서 쉽지 않을 거라고. 진심으로 걱정돼서 오지랖을 부리셨을 것이다.

 

2. "OO 시작하려고 하는데 복잡해서 하나도 모르겠어요. 고수님들 알려주세요"

 

일단 고수님들은 바쁘시다. 밤낮으로 경영에 몰두하고 계시지 이런 커뮤니티에서 초보님들께 댓글 달아주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질문 내용을 보면 그냥 한숨이 나온다. 사업자 등록하는 법, 통신판매업 신고하는 법, 스마트 스토어 개설하는 법, 거래처 찾는 법, 이 상품 팔고 싶은데 도매처 어디인가요, 식자재는 어디서 공급 받나요, 매출이익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부가세 신고는 어떻게 하나요. 

대부분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순서대로 캡쳐까지 다 해서 따라만 하면 되는 포스팅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리고 그렇게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것은 1) 너의 질문은 1줄이지만 대답은 글자크기 10으로  A4용지 5장 정도는 정리해야 하는 내용이거나 2) 영업비밀, 노하우 이다. 누가 공짜로 대답을 해줄 리가 없다. 실제로 어떤 커뮤니티는 무플로 답을 대신하고, 어떤 곳은 "이 정도 질문을 해야할 상태라면 개업하지 말라"는 답이 달린다. 최소한 이 정도는 검색을 하고, 시간을 들여서 공부를 하는 정성은 있어야 자기 장사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다들 힘들게 모은 소중한 자금을 투자해서 시작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3. "창업하려고 하는데, 요즘 뭐가 잘 되나요?"

 

어떻게 해야 공부 잘 하나요? 와 같은 질문 아닌가. 잘 팔리는 아이템은 수천수만가지이다. 불경기라고, 코로나라고 해도 누군가는 무언가를 잘 팔고 있다. 같은 아이템을 팔아도 잘 파는 사람이 있고 못 파는 사람이 있다. 이걸 어떻게 한 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게다가 누가 그걸 공짜로 알려줄까? 

그리고 이미 성행 중인 분야에 합류해봤자 늦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정보가 나에게 들어왔을 때, 이미 그 정보는 시장가치에 모두 반영되어있다.'. 성장단계에서 발생한 부가가치는 이미 선발주자들이 다 가져갔다. 구매건수와 리뷰는 먼저 시작한 사람이 이미 쓸어갔고, 뒤늦게 합류한 사람은 마케팅 비용을 빵빵하게 투입하거나, 박리다매로 파는 수 밖에. 선빵필승. 

 

 

세월이 흉흉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줄 서서 먹는 맛집은 여전히 성업 중이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 소매점들은 못 버티고 긴급자금 대출을 받고, 폐업하고 .... 길에 다니는 사람 자체가 줄었으니 당연한 현상이지만, 나는 이 시기에 안일하게 개업하고 운영한 업체들이 걸러지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큰 평수의 매장, 목 좋은 위치, 새 건물, 새 집기와 번쩍뻔쩍하는 인테리어가 갖춰지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는 업종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업부진을 단 3개월도 버틸 수 없는 상태라면 애초에 내 자금력에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소박하게 시작해서 빚 없이 운영하고, 분수에 맞는 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 느껴지는 요즘이다.